거침없는 '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대표이사)'의 백두대간 종주 산행이 2주 연속으로 진행됐다. 지난 1일 소백산 국립공원 마구령∼국망봉∼어의곡리까지 24㎞ 산행에 이어 9일 덕유산 뼈재∼삿갓골재∼황점까지 24.21㎞를 다녀왔다.

이번 덕유산 구간 산행은 오월 날씨답지 않게 유난히 더운 탓에 평소 산행보다 배 이상 힘들었다. 이날 거창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무려 31.5도를 기록했다. 덕유산 줄기와 삼봉산을 잇는 뼈재(경상도식 발음은 빼재)는 거창군과 전북 무주군을 연결하는 37번 도로의 고개로 산 짐승의 뼈가 여기 저가 널려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전 7시를 조금 넘겨 뼈재를 출발한 종주팀은 1039봉을 거쳐 급경사 길을 한참 올라 갈미봉(1211m)에 당도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다시 투구봉(지산봉)으로 능선이 갈리는 대봉(1263m)으로 향했다. 뼈재에서 대봉까지는 3.96㎞로 평소 산행 속도라면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거리이지만 이날 산행은 영 속도가 나지 않았다. 대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을 잡았다.

대봉에서 월음령까지는 내리막이 계속된다. 급경사 길을 오를 때 힘든 것을 생각하면 내리막길이 훨씬 수월하지만 반대로 내려간 만큼 올라야 한다는 산행의 진리를 생각하면 반갑지만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월음령에서 못봉(1343m)까지는 1시간 이상 가파른 오름길이다. 중간 정도 올랐을까, 벌써 몸은 땀범벅이다. 타는 목마름에 연방 생수를 마셔야만 했다. 갈증이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주저앉고 싶었지만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산행인 만큼 앞만 보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드디어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인 못봉에 올랐다.

백두대간 종주 지도에는 못봉 대신 지봉으로 표시돼 있지만 정상 표지석에는 못봉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뼈재에서 못봉까지는 6.27㎞로 평소 산행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려 도착한 셈이다. 못봉에서 경사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면 싸리듬재(1350m)에 닿는다. 여기서 구간 두 번째 높이인 백암봉(1490m)까지는 3㎞가 조금 넘는 거리로 중간에 귀봉(1400m)과 만난다. 귀봉에서 백암봉까지는 능선이 가파르지 않다.

하지만, 더운 날씨와 계속되는 오르막에 몸이 지쳐 한발 나아가는 데 힘이 부친다. 드디어 덕유평전 백암봉에 올랐다. 하늘이 노랗다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지만 11㎞ 거리가 다른 구간의 20㎞보다 더 멀게만 느껴졌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점심이 반갑지 않았다. 이곳에서 북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1614m)은 중봉을 거쳐 빠른 걸음으로 1시간 남짓이면 다녀올 수 있다.

그러나 향적봉은 백두대간 종주 길에서 벗어나 있어 종주팀은 다음을 기약하면서 동업령으로 길을 잡았다. 동업령은 백두대간 종주 구간점으로 무주군 설천면 칠연폭포와 거창군 북상면 병곡리로 하산하는 갈림길이다.

동업령에서 구간 최고봉인 무룡산(1492m)까지는 4.1㎞로 비교적 길이 좋은 편이다. 드디어 산행 시작 8시간 만에 무룡산 정상에 섰다. 뼈재에서 무룡산까지 17.32㎞를 걷는데 무려 8시간이나 걸렸다. 시간당 2.165㎞로 다른 구간 산행 속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무룡산에서 구간 산행 종점인 삿갓골재(삿갓골 대피소)까지는 오르막이 거의 없는 길이 계속된다. 삿갓골 대피소 바로 아래에 있는 샘터에서 식수를 보충한 종주팀은 계곡을 따라 4.21㎞를 더 내려와서야 황점 마을과 만날 수 있었다.

계곡에서 산행의 피로를 씻어주는 알탕(?)을 여유롭게 즐긴 후 목적지에 당도한 시간은 오후 6시 전후로 전체 산행에 소요된 시간은 대략 12시간 정도 걸렸다. 처음 목표보다 2시간가량 더 걸린 셈이다. 이번 산행을 통해 '대자연 앞에 결코 교만하지 마라'는 진리를 터득했다. 단순하게 거리만 계산해서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몸이 평소보다 배 이상 힘들었다.